구입한 지는 좀 되었지만, 코바리 노리(아이카와 사토루)님의 데뷔작을 포함한 단편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단편집 트래쉬 캔을 최근 읽었습니다. 표지 스캔이 드럽게 되었어요...-.-;
전체적으로 암울/우울/난해(..............) 라고 정리할 수 있는 이 책은, 읽기 전에는 '어째서 저런 자조적인 타이틀을 붙였을까?' 싶었지만, 읽고 나면 아... 이래서 트래쉬 캔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9편이나 되는 단편들 중 단 한편도! 해피엔딩이 없습니다 -.-; 작가분 스스로가 칭찬을 받으면 의심하고, 비판을 선호하는 분인데다 최근은 거의 절필상태(..) 이신 것 같던데, 그런 정황이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들로만 꽉 찬 단편집입니다.
이 작가분은 원래도 나레이션이 많은 분인데(한국 작가분들도 나레이션이나 대사를 길게 쓰시는 편인데 이 분도 좀 그런 편) 유의어, 동음이의어 등을 이용한 말장난?이 굉장히 많습니다. 또, 문어체보다 구어체를 선호하고 말을 소리나는 대로, 유행어나 유행 표현, 젊은층이 쓰는 언어를 그대로 적는 타입이시라(문어체 표현은 좀 있어보이는 척 하는 것 같이 생각되시는듯-.-;) 그런 성향은 전 작품에 걸쳐 나타나 있고, 이것이 팬에게는 좀 향수를 주기도 하고 그렇네요.
데뷔작인 수장(윙스 94년 1월호 수록)은 16세라는 어린 나이에 그린 작품인데 그 때부터 선이 섬세하고 아름다웠어요. 후기를 보니 원래는 32P로 짠 콘티였는데 하다 보니 무리라서 8P로 줄여버린거라고 합니다.
ナナのいた小さな世界 (Wings 99년 6월호)
나나가 있던 작은 세계
- 우리 집 구석에는 나나라는 작은 아이가 살아요. 나나는 내 손가락에 매달리는 걸 좋아하죠. 딱 손가락에 맞는 사이즈거든요. 그 아이는 다른 어른들에겐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왜 내게는 보이는 것일까. 나나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는 건 왜일까.
(처음엔 나나가 집요정인 줄 알고 어머 깜찍해라 ㅠㅠ 했던 저를 버립니다....Aㅏ.......)
告白ごっこ。(Wings 99년 2월호)
고백놀이
- 친구 미야기의 러브레터를 요시유키에게 대신 전해다 준 유타는 그녀가 그 러브레터를 읽어보지도 않은 채로 찢어버리는 모습을 목격, 이후 요시유키에게 접근해서 '그 편지에 적혀있던 대로' 나와 사귀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편지를 읽어보지 않고 찢어버린 요시유키는 당황하지만 유타와 사귀기로 하는데, 어느 날 미야기, 유타, 요시유키가 삼자대면한 자리에서 유타는 요시유키가 편지의 봉인을 뜯지도 않고 찢어버려 그 내용도 알지 못하는 사실을 폭로해 버린다. 요시유키는 수치심에 그 자리에서 달려가 버리고, 미야기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하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유타에게 오락실에 가자고 한다...... 자신도 언젠가는 그들처럼 혼을 담은 고백을 할 수 있게 될 것일까.
(유일하게 뭔가 한 줄기 희망이라도 남아있는 상태로 끝난 작품. 물론 우울~)
Live On Flash (Wings 00년 1월호)
- 청소년의 교육상 좋지 않다고 하여 이것도 저것도 전부 은폐해 버린 사회. 아키와 타키 부자가 어느 날 나루미의 집에 들이닥친다. 요즘 아이들 답지 않게(?) 고기도 잘 먹는 타키. 그런 그들이 나루미의 집에서 지킬 규칙은,
하나. 방 어지르지 않기
하나. 매일 목욕하기
그리고 또 하나. 냉장고를 마음대로 열지 않기
(타이틀이 말장난입니다 ㅋ... a를 e로 바꿔보시면 내용이 짐작되실 듯)
痛みのない日 (Wings 07년 7월호)
아픔이 없는 날
- 어제까지 등교거부를 하고 있던 토오코는 어느 날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선다.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기억하고 있는 일상적인 것들, 하지만 어제 이전의 일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토오코. 핸드폰에는 등록된 번호가 3개뿐이고 특별히 친한 친구도 없는 상황을 보며, '어제까지의 나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었기에 이런 것들을 필요 없다고 생각한 걸까, 잊고 있었던 무언가, 누군가' 의 흔적을 더듬어 올라가기 시작한다.
(밑그림 없이 바로 펜작업 하신다던데 선이 굉장히 가늘고 깔끔해서 예뻐요.)
それだけ (Wings 97년 10월호)
그뿐
- 일하는 가게에 매번 오던 단골손님에게서 좋아한다는 고백을 받고 사귀게 되었지만, 아무런 마음의 격정도 없이 그저 흘러가기만 하는 매일. 어느 날 그 남자친구의 후배라는 여자아이가 가게에 찾아오고, 두 사람이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다. 데이트냐고 하니 당황하며 오해라고 부정하는 그에게 그녀는......
(푸른하늘이었다면 아마 둘이 오해를 풀고 새삼 폴인럽했겠지만 작가분의 성향으로 인해...ㅠㅠ)
デアボリクゲイム (Wings 94년 4월호)
디아볼릭 게임
- 마크의 아버지인 레이에게 있어 마크는 죽은 처 리나가 남긴 마크일 뿐, 이것은 레이가 리나를 잊지 않도록 리나가 꾸며놓은 게임. 자라나면서 점점 리나를 닮아가는 마크를 보며 레이는 궁지에 몰려 가는데......
(다른 작품들과 굉장히 방향성이 다른 우울한 작품...... 결국 우울한 건 똑같지만요 ㅋ)
水葬 (Wings 94년 1월호/데뷔작)
수장
(보면서 키라키라 카오루를 떠올렸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단편입니다. 굉장히 난해해서 줄거리를 쓸 수가 없네요 -.-;)
ふれるはずのみらい (Wings 07년 11월호)
닿을 터인 미래
- 사춘기가 되고 의식하게 되면서 멀어진 소꿉친구. 10년이 지나 다시 만난 그녀는 곧 결혼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때 가슴에 새겨져 있던 상처는 그에게도 확실히 보였던 것이었다.
(캐릭터가 둘 다 마음에 드는데 왜 전부 이루어지지 않거나 죽는 스토리만 계속되는지 ㅜㅜ)
バ-スデイ (단편집 출간 특별 8p 단편)
Birthday
- 근미래물. 오늘 세계가 멸망했다면? 폐허 속에서 단 둘만 살아남은 오늘은 우리의 Birthday?
(그림체가 1년만에 상당히 변했네요. 소년지에서 이름 바꿔 연재하고 있어도 모를 듯)
이 작가분이 활동을 거의 접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보이는 것은, 3개 잡지에 동시연재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에 개인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다툼이 있었다고 합니다. 팬(?)이 게시판에 부정적인 글을 올렸는데 거기 작가분이 직접 부정적이고 직설적인 피드백을 하셨다나봐요. 그래서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이 작가가 직접 그런식으로 대응하면 어떡하냐고 댓글들을 많이 남겼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게시판 닫히고, 홈페이지까지 닫히고, 그 즈음 3작품이 전부 연중 --;;; 되는 사태가 벌어졌지요......
지금에 와서 잘잘못을 가릴 수는 없지만(직접 본 게 아니고 증거가 남아있지 않으니까) 악플은 사람을 죽입니다. 착한 여러분들은 '일기는 일기장에!' 쓰셔야 해요! 포도알도 주니까요.
이 단편집 말고 유일하게 단행본화된 이 작가분의 BL작품 '순정 일렉키텔' 도 봤는데, 그 쪽 감상도 조만간 올리겠습니다. 스토리나 그림이나 센스있는 작가분인데 멘탈이 너무 약하신 것 같아서 많이 아쉽네요. ㅠㅠ
(신쇼칸, 2008. 12. 10. 발행)
아이카와 사토루
- 트래쉬 캔 トラッシュカン / 코바리 노리 (2008) 2010.11.18
트래쉬 캔 トラッシュカン / 코바리 노리 (2008)
2010. 11. 18. 1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