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전에 10페이지 읽고 주인공 성격에 절망해 덮었던 CHERRY('10. 7. 25 발행)를 마저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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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책 뒤에 써 있는 책 소개는.....

  대학생인 나오키는 제멋대로에 쿨한 왕자님 성격. 집안, 용모, 성적 모두 빠지는 데 없고, 여자들로부터는 인기폭발이다. 그런 나오키에게는 비밀이 있다. 실은 아직 동정인 것이다. 몰래 탈동정하려고 전전긍긍하고 있던 어느 날, 나오키는 준교수 아베와 만나게 된다. 어른의 여유와 매력을 겸비한 남자에게 비밀을 알리고 마는 나오키. 그러나, 언제부턴지 아베의 연구실에 출입하게 되어......? 계략공X츤데레수의 두근두근 러브 코메디♡

  ......작가 이름을 다시 확인해 보게 만드는 인물설정과 스토리죠(..) 무려 츠키무라 케이가......

  제가 이 작가분을 좋아하는 이유는 캐릭터가 작위적이지 않고 일상에서 흔하게 겪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소재로 쓰이며 고진감래(...) 권선징악(....) 사필귀정(.....) 개과천선(.....?) 웃으면 복이와요(......)라는, 처음에는 암울한 설정이더라도 결코 심하게 무겁지 않아 독자를 힘들게 하지 않고, 꼭 긍정적인 결론을 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간죽이기 용으로 가볍게 읽어도 부담없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 많아요. BL은 결국 라이트노벨화 된 로맨스소설의 한 종류잖아요? 로맨스소설도 읽고나서 아 읽길 잘 했다 싶은 좋은 작품들도 있는 반면 기-승-전-결이 씬-씬-씬-씬인 야설(..)도 있는것처럼 이 BL이란 장르(?)도 마찬가지인데, 물론 후자는 또 후자 나름대로 선호하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팔리겠지만 제 개인적으론 그런 건 좀 허무하지 않나 싶어요. 제겐 이 정도가 딱!

  암울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가끔은 좌절하거나, 가끔은 좀 더 편한 길을 택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고 유혹에 빠지거나, 누군가의 감언이설에 속거나, 좋은 이웃에게 뜻밖의 도움을 받거나 하면서, 결국 내 파랑새는 우리 집 새장에 있었구나! 세상을 돌며 찾아헤매던 불로초가 우리집 정원에 있었구나!(......-.-;) 라는 걸 깨닫는다든지...... 굉장히 전형적이고 특별할 것 없는, 한편으로는 진부한 설정이지만 독자는 '그렇기 때문에' 이 작가분의 책을 선택하는거겠죠.

  뭐 횡설수설했지만 제가 츠키무라 케이님 신간이다! 하면서 책 소갯말도 제대로 안 읽고 주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거든요 ㅠㅠ 내 파랑새는 우리집에! 보물은 사실 우리 집 서랍 속에! 불로초(..)는 우리 집 화분에! 내 발밑에! 열심히 정직하게 살다 보면 복이 와! 이런 이 작가분 글이 좋아서요.

  그런데......이 책 CHERRY의 내용이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주인공 나오키는 의사인 아버지의 뛰어난 두뇌와, 학생때 축제에서 미스XX였던 어머니의 뛰어난 외모를 한 몸에 갖고 태어난, 그야말로 부잣집 막내둥이 도련님입니다. 형, 누나들과 나이차이가 있기 때문에 부모님, 형제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어화둥둥 우리 왕자님하면서 모두가 떠받들어 키웠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도 모르고,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성적뿐만 아니라 스포츠도 만능이라는 먼치킨(..)스탯을 가져, 남자들에게선 죄다 질투의 시선을, 여자들에게선 죄다 러브빔(..)을 받는 캐릭터예요. 성격은 그야말로 나르시스트에 자존심이 하늘을 찔러, 사실 노력가인데도 그 노력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물밑에서 죽어라 공부하고 밑작업을 하는...... 마치 카레카노의 유키노에서 좋은 부분을 다 빼낸 것 같은 캐릭터입니다 ㅋ 츤데레라고 하는 모에속성으로 딱 잘라 말하기엔 너무나 불타오를 수 없는, 한마디로 좀 잘생기고 공부 잘한다고 남들을 죄다 깔보고 떠받들어지기 위해서는 물불을 안가리고 밑작업하는 성격 드러운 꼬맹이? (한마디가 아니네요 -.-;)

  뭐 이러니...... 외적인 요소에 끌린 여자애들이 산더미처럼 많아도 제대로 사귈 수 있을리 없고.... 남을 배려하거나, 남에게 무언가를 해 주는데 익숙치 않고, 급기야 그걸 귀찮아하는 이 캐릭터는 제대로 남을 좋아해 본 경험조차 없는거예요. 그런데 나이도 슬슬 있으니 다른 저급(..)의 남자들도 한다는 경험을 나님(..)이 아직이라는 건 수치스러운 일! 이라는 별 쓰잘데기 없는 이상한 자존심을 세워 탈마법사(..)를 계획한다는게, 오로지 그 목적만을 위해서 여자를 만나려고 여자들이 많은 아르바이트를 선택한다든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여자아이를 보고 겉으로는 적당히 커피를 사준다든지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들어준다든지 하면서 속으로 얘를 이용해서 탈마법사해야지! 하며 나중에 뒷탈이 없게 하기 위해서는 같은 과 여자는 피해야 된다든지, 사후(..)에 퍼질 소문을 미리 걱정한다든지 하는걸 생각하고 있는...... 뭐 이딴 캐릭터가 다 있어! 하면서 한 번 읽다가 던졌을 정도로 ㅠㅠ 남자의 적이자 여자의 적이자 전 인류의 적인 캐릭터였어요.

  여기에 상대역(..)은 주인공의 이 단점에 속으로 갭모에하면서도 겉으로는 너따위 타입아니지 ㅋ 하며 어른의 여유를 보여주는 30대 중반의 타과 준교수 아베입니다. 이 캐릭터도 계속 아닌척해서(이야기가 나오키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좀 짜증이 나긴 했지만 워낙에 주인공 나오키가 인간실격이라, 아베가 이것저것 복선 다 깔아놓고, 계획대로 ㅋ 나오키를 갖고 노는(..)게 좀 통쾌하기까지 했어요.

  나오키의 대사는 전형적인 츤츤츤데레였지만 으음...... 모에하지 않은 츤데레 있죠. 싫은 타입.
이 작가분도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시라는거 같아서 의외성으로 재미있게 쓰셨다던데, 아무래도 저는 이런 캐릭터는 취향이 아닌가봐요. 선량하고 상냥하고 성실한 삽질캐릭터 컴백 컴백!(...)

  별점을 매기라면 별 다섯개 중 세개! 나오키라는 인간실격을 상식인(?) 아베가 어떻게 조련해 떨어뜨릴 것이냐 하는 전개 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오키라는 캐릭터가 싫어서 별 -2개예요. ㅋㅋ

  작가분이 어려운 말 골라 쓰는 타입이 아니시라서 10p 읽고 던진 이후로는(..) 한번에 슥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신간이 나오면 또 관심을 가질 것 같아요. 다만 이번엔 책 소개는 좀 읽고 선택해야겠죠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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